베싸TV 영상 · 2020.11 · 15:28
몬테소리 육아의 첫걸음, 집안 환경 세팅하기
아이의 하루를 떠올리며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만들어 주세요. 선반엔 재료 6~10개만,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두고요.
몬테소리가 좋다고 구구절절 말씀드렸지만, 집에서 몬테소리를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아직 감이 잘 안 오시는 분이 많을 거예요. 베싸가 해 보니 크게 두 가지가 바뀌더라고요. 평소 생활하는 방식, 그리고 장난감이나 책을 가지고 놀이하는 방식. 집안 환경도 이 두 가지에 맞춰 바꿔 주시면 돼요.
아이의 하루를 떠올려 보세요
몬테소리에서는 특히 일상생활 영역에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줘요. 그래야 아이가 삶의 통제감을 느끼고, 그 활동 자체에서 소근육을 집중해서 쓰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여긴 이렇게 바꾸세요, 저긴 이렇게 바꾸세요'라고 말씀드리진 않을 거예요. 집집마다 환경과 스타일이 다르고, 아이 연령에 따라 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도 크게 다르니까요. 대신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베싸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 드릴게요.
일단 아이의 하루를 잘 떠올려 보세요.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외출했다 돌아와 손을 씻고, 낮잠을 자고, 간식을 먹고, 놀다가 저녁을 먹고, 책을 읽고, 잠을 잔다. 그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아침 식사: 낮은 서랍과 낮은 식탁
다미는 아침으로 냉동 과일과 우유를 갈아 만든 스무디에 치아씨드를 주로 먹어요. 스무디 만드는 과정에서 다미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 주로 제가 만들고 다미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도와요. 주방에는 낮은 곳의 서랍 하나를 다미 물품 공간으로 정하고 다미가 손쉽게 열 수 있도록 손잡이를 달아 줬어요. 여기 다미의 식기와 주방용품이 있어요. 밥 먹을 때 여기서 숟가락을 가져가는 거라고 몇 번 알려 주면 스스로 숟가락을 챙겨 식탁에 앉아요. 크링클 커터도 여기 있는데, 날이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야채나 과일을 썰 수 있어서 아이용 썰기 도구로 많이 추천하는 도구예요. 15개월 정도부터 쓸 수 있다는 해외 글을 보긴 했는데 다미에게는 아직 조금 어렵더라고요. 이케아에서 산 에그 슬라이서와 도마도 여기 있고요.
식탁은 스스로 가서 앉을 수 있는 낮은 테이블과 의자예요. 몬테소리 교실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배치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더 가벼운 식탁과 의자를 쓰지만, 저희는 집에 있던 걸 일단 그대로 써요. 치아씨드 통에는 스쿱을 넣어 두어 원하는 만큼 떠서 자기 그릇에 넣게 해요. 아주 많이 넣으려 하면 부드럽게 제재하고, 먹다가 모자라면 더 떠 오게 하는 식으로 가이드하면 돼요. 물은 식사 도중이나 일과 중에 다미가 직접 따라 마실 수 있도록 주전자를 준비했어요. 굉장히 따르고 싶어 하는데 아직 잘 못해요. 하지만 흘리더라도 혼자 해 보도록 장려해 주세요. 조절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는 중이고 그 과정 자체가 소근육 조절에 도움이 되거든요. 식사 시간엔 주전자를 식탁에 두고, 평소엔 워터 디스펜서를 쓸 계획이에요.
양치, 손 씻기, 옷 입기
식사를 마치면 양치질을 하고 손을 씻어요. 디딤대는 높이가 상당히 높은 제품이라 어린아이가 세면대에서 쓰기 딱 좋아요. 칫솔에 치약을 스스로 짤 수 있으면 좋지만 다미는 아직 소량만 짜는 능력이 없어서 이 부분은 제가 해요. 일단 스스로 칫솔질을 하게 하고 나머지는 엄마가 마무리하죠. 처음에는 엄마가 해 주는 부분을 싫어해서 억지로 할 때도 있었는데, 스스로 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엄마가 해 줘도 돼?" 하고 매번 물어보고 마무리하다 보니 요즘은 칫솔질을 하다가 스스로 칫솔을 건네요. 물비누는 펌핑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라면 어른과 똑같은 걸 써도 돼요. 다미는 손힘이 아직 부족한지 펌핑을 잘 못해서 센서가 있는 자동 디스펜서를 쓰고 있어요. 수건은 스스로 손을 닦을 수 있게 낮게 걸어 놨고요.
옷장의 서랍 하나는 다미가 옷을 직접 꺼낼 수 있도록 역시 손잡이를 달아 뒀어요. 서랍 안에는 다미가 직접 골라도 너무 이상하지 않게 입을 수 있도록 제가 미리 세트로 구성해서 티셔츠 안에 바지를 넣어 놨어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혼란스러우니 두세 개 정도 제안하는 게 좋아요. 거울 옆 낮은 위치에는 스스로 외투를 걸 수 있는 후크를 붙였고, 낮은 곳에 빗과 머리핀을 꽂아 스스로 머리 빗는 연습을 해 볼 수 있게 했어요.
스스로 머리를 빗거나 옷을 입거나 손을 씻거나 양치질을 하는 등 자기를 케어하는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지만 돌에서 두 돌 사이에 온다고 해요. 부쩍 이런저런 옷을 가져와 입혀 달라고 하거나 머리핀을 가져와 해 달라고 한다면 그 징조예요. 아직 옷을 스스로 입는 스킬은 미숙하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을 떼어서 하게 독려해 주세요. 저는 다미가 바지를 입을 때 다리까지는 끼워 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올리게 해요.
간식, 그릇 치우기, 그리고 러닝타워
외출하고 돌아와 낮잠을 자고 나면 주로 과일이나 유제품을 간식으로 먹어요. 냉장고에 간식 서랍을 따로 마련하고 싶지만 다미는 아직 냉장고를 혼자 힘으로 못 열어요. 그래서 지금은 낮잠 시간에 그날 먹을 만큼의 간식을 준비해 바구니에 넣어 두는 정도로 하고 있어요. 식사나 간식 후에는 사용한 그릇을 스스로 개수대에 놓게 해요.
이 과정을 비롯해 주방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상생활 활동에는 러닝타워가 있으면 좋아요. 조리대나 개수대를 비롯해 집안의 많은 것이 어른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아이가 부모와 함께 주방에서 뭘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해외 사례를 보면 주방에 몬테소리 환경을 갖출 때 주로 두 가지 길을 택해요. 하나는 아이 사이즈의 주방놀이를 사서 변형하는 거예요. 물이 나오도록 세팅해서 바나나를 썰거나 먹은 그릇을 갖다 놓고 간단한 설거지도 해요. 다른 하나는 러닝타워를 사서 어른이 쓰는 조리대와 개수대를 쓰게 하는 거예요. 아주 어린 아이는 스스로 올라갈 수 없지만 다미 정도면 잘 가르치면 혼자 오르내릴 수 있어요. 저는 물 관리도 번거로울 것 같고, 무엇보다 다미가 늘 밑에서 부모가 위에서 뭘 하나 궁금해하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기 때문에 러닝타워를 골랐어요. 몬테소리식 환경 구성에 필요한 물건 중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제품이긴 해요.
놀이 공간: 낮은 선반에 재료 6~10개만
장난감을 모두 치우거나 버리고 교구로 채울 필요는 없어요. 일단 아이가 쉽게 손을 뻗어 꺼낼 수 있는 낮은 선반이나 교구장이 있어야 해요. 저는 원래 쓰던 이케아 칼락스 네 칸짜리가 있어서 같은 걸 하나 더 사서 옆에 놓았어요. 여덟 칸짜리도 있고, 이케아 TV장도 어린 아기에게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칸막이가 없는 가구라면 재료와 재료 사이에 충분한 간격을 두세요. 몇 개를 두는지 정해진 건 없지만 처음 시작할 땐 6~10개 정도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머지 장난감과 재료는 전부 박스에 따로 넣었어요.
교구가 없으면 지금 당장 선반에 놓을 재료가 별로 없으실 텐데, 가진 장난감 중 기능이 심플하고 전자 장난감이 아니면서 소근육과 눈-손 협응에 도움이 되는 것 위주로 골라 놓으세요. 처음부터 풀 세팅할 필요 없이 아이디어를 얻고 재료가 생기는 대로 하나씩 소개해 주면 돼요. 장난감을 깔끔하게, 아이가 선택해서 갖고 놀기 좋은 형태로 제공하는 것만으로 아이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더 집중해서 놀게 될 거예요.
몬테소리 소품이라고 따로 파는 건 없어서, 일상생활 용품 중 아이가 쓸 만한 적절한 크기의 제품을 잘 고르는 게 필요해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샷을 담는 작은 크리머는 크기가 작아 아이가 잡고 따르는 활동을 하기 좋아요. 집게는 적은 힘으로도 잘 잡히는지만 보면 돼요. 이케아 외에 다이소나 온라인 몰에서 산 것도 있어요.
재료가 아이를 부르도록 배치하기
재료를 배치할 때는 트레이를 많이 써요. 바닥이나 테이블로 가져와 활동하기 좋고, 여러 물건을 하나의 활동 재료로 묶어 주는 효과도 있거든요. 보통 가로로 놓는데 저는 선반이 좁아 세로로 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트레이가 필요 없으면 장난감을 선반에 바로 두셔도 괜찮아요.
몬테소리에서는 '활동 재료가 아이를 부른다, 초대한다'는 표현을 자주 써요.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방식으로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아름답고 심플한 걸 더 좋아하고, 깔끔하게 정리돼 있을 때 더 관심을 가진다고 보기 때문에 가능하면 깔끔하고 일관된 패턴으로 정리해 주세요. 그래야 '이건 뭘 하는 활동이구나'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고 '한번 해 볼까' 하며 선반으로 다가가요.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활동을 완성할 수 있는 형태로 놓고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완성되지 않은 형태로 두는 거예요. 링 쌓기를 완성된 상태로 두면 아이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요. 왼쪽에 완성되지 않은 링들을 놓고 오른쪽에 막대를 두면 완성하려는 동기가 생기죠. 퍼즐도 마찬가지로 완성되지 않은 형태로 두는 게 좋아요.
활동은 테이블로 가져와서 하기도 하고, 많은 경우 바닥에 러그를 깔고 그 위에서 해요. 러그를 쓰는 이유는 아이가 활동 공간을 스스로 정하면서 정해진 반경 안에서 활동한다는 공간적 질서를 부여할 수 있고, 좀 더 크면 '러그 위쪽부터 막대를 놓는다'처럼 교구를 다루는 가이드라인도 되기 때문이에요. 어릴 땐 부모가 러그를 펴 주고, 크면 스스로 러그를 가져다 깔고 트레이를 가져와 활동하도록 도와주세요. 아이가 이미 집중하고 있다면 러그 위로 옮기자고 방해할 필요는 없어요. 적당한 나이가 되면 러그를 말고 펴는 것도 하나의 활동으로 가르쳐 주시면 좋아요.
미술 용품을 둔 공간도 있어요. 미술 역시 정해진 재료나 방법은 없지만 몬테소리 교실에서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소근육 발달을 돕는 방법 중 하나예요. 몬테소리식으로 한다면 직접 재료를 꺼내 와 정해진 공간에서 활동한 뒤 스스로 정리하는 것까지 장려해 주면 좋겠죠.
책장: 잘 읽는 책 10~15권만
책장은 보통 전면 책장을 많이 활용해요. 전면 책장이 없으면 작은 바스켓이나 선반에 정리하셔도 되고, 아이가 쉽게 꺼낼 수만 있으면 돼요. 저는 10~15권 정도, 잘 읽는 책 위주로 진열하고 흥미가 좀 떨어지면 다른 책으로 바꿔 줘요. 예전에는 여기저기 열어 놓고 다미가 아무 데서나 꺼내 읽었는데, 몬테소리를 시작하고 나서는 이렇게만 놓고 써요.
한 번에 다 바꿔야지 하면 어려울 수 있어요. 찬찬히 아기와 하루를 보내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하나하나 바꿔 가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정리해 보면
- 집에서 몬테소리를 하면 생활 방식과 놀이 방식, 두 가지가 바뀌어요.
- 아이의 하루를 떠올리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을 하나씩 만들어 주세요.
- 낮은 서랍, 낮은 식탁, 디딤대, 낮은 후크처럼 아이 손이 닿게 하는 게 핵심이에요.
- 놀이 선반엔 심플한 재료 6~10개만, 트레이에 담아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두세요.
- 책은 잘 읽는 10~15권만 진열하고 바꿔 주세요.
- 한 번에 다 바꾸려 하지 말고 하나씩 바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