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0.10 · 13:58
몬테소리가 집중하는 아이로 키우는 이유, 집중력과 흥미
정확한 단계를 밟는 활동과 질서를 향한 흥미를 살린 환경이 아이를 오래 집중하게 해요.
몬테소리를 하면 우리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셨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거예요. 앞선 글에서 몬테소리가 아이에게 좋은 이유를 움직임과 통제감, 두 가지 특징으로 설명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세 번째와 네 번째 특징인 집중력과 흥미 이야기를 이어서 할게요.
몇십 분씩 교구와 씨름하는 아이들
몬테소리 아이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그 나이대에 보기 힘든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거예요. 어떤 스킬을 마스터하려고 몇십 분씩 교구 하나를 가지고 씨름하는 모습은 몬테소리 교실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놀라움을 준다고 해요.
몬테소리 활동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해요. 특히 3세 이후 커리큘럼의 일상생활 영역은 어떻게 보면 강박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단계를 정확하게 밟게 되어 있어요. 앞선 글에서 잠깐 소개한 테이블 닦기의 풀 버전이 그렇죠. 어린아이에게 이런 걸 왜 시키지 싶으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몬테소리가 관찰한 바로는, 아이들은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제대로 밟는 것을 즐길 뿐 아니라 "물병을 정해진 자리에 정확하게 놓아라" 같은 정확함을 요구하는 단계에서도 아주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대요. 많은 단계를 정확하게 밟는 연습을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집중하는 능력이 길러져요.
일상생활 활동이 집중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보니, 몬테소리 기관에 새로 온 아이들은 몇 달 동안 주로 일상생활 활동을 축약된 버전으로 하면서 점차 단계를 늘려 집중력을 키우는 연습을 한다고 해요. 몬테소리를 잘 모르는 부모라면 비싼 몬테소리 유치원에 보냈더니 아이가 하루 종일 집안일만 하고 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예요.
이렇게 한 활동에 오래 집중할 수 있게 된 아이들을 몬테소리 박사는 '정상화'되었다고 표현했어요. 정상화된 아이들은 더 차분하고, 덜 떼쓰고, 자기주장이 확실하면서도 타인에게 공감하며, 부모 등 어른에게 더 협조적이라고 해요. 올바른 환경만 만들어 주면 아이들은 본성적으로 이렇게 행동한다고 봤기 때문에 '정상'이라는 단어를 쓴 거예요.
일본의 다도를 경험해 보신 적 있으세요? 다도는 차를 만들어 마시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차를 만드는 복잡한 단계를 하나하나 밟으며 섬세한 과정을 따르는 것이 핵심인 활동이에요. 명상이나 요가처럼 이 순간에 집중하게 해서 집중력도 길러지고 마음챙김 효과도 있다고 하죠. 저는 몬테소리 일상생활 영역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다도가 떠올랐어요.
교구를 다루는 방식이 엄격한 이유
교구로 하는 감각 영역이나 수 영역 활동도 마찬가지예요. 일상생활 활동보다는 덜하지만, 교구를 다룰 때 역시 아주 엄격하게 정해진 방식을 따르게 돼 있어요. 교구는 몬테소리가 특정 방식으로 다뤄졌을 때 특정 개념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도록 활용법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한 결과물이거든요.
감각 영역의 빨간 막대가 좋은 예예요. 길이가 다른 막대들을 정해진 방식으로 다루게 되어 있고, 이걸로 울타리를 만들거나 쌓기 놀이를 하는 건 금지돼 있어요. 교구를 아무렇게나 쓰면 교구에 대한 아이의 인식이 달라지고, 활동에 집중하는 정도와 배움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길이라는 개념에 주의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밟아야 하고, 잡을 때도 길이가 돋보이도록 가운데가 아닌 양 끝을 잡아야 해요. 이렇게 주의를 기울일 부분이 많은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향상돼요.
3세 미만 토들러 프로그램은 이렇게 복잡한 단계를 기억하고 집중할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한두 단계로 끝나는 활동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고 스킬을 마스터하려는 내적 동기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여전히 집중해서 활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 밖에도 몬테소리에서는 3세 이상은 3시간, 3세 미만은 2시간 동안 간식을 포함한 어떤 스케줄도 없이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작업 시간을 따로 마련해요. 교사가 시범을 보이거나 아이가 활동할 때 말이나 행동으로 개입하는 것도 최소화하고요. 집에서 몬테소리 육아를 하려는 분들도 꼭 알아 두셔야 할 부분이에요.
흥미: 아이들은 질서와 정확함을 좋아해요
학습에서 흥미는 매우 중요해요. 흥미를 느낄 때 아이든 어른이든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배운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입증됐어요. 공룡처럼 특정 영역에 아주 강한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있죠. 통계적으로 전체 어린아이의 3분의 1 정도가 이런 경향을 보인다는데, 이 아이들은 그 분야를 더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있고 전반적인 집중력, 끈기, 지능도 약간 높은 경향이 있다고 해요.
몬테소리에서는 어떻게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 낼까요. 몬테소리 박사는 원래 엔지니어이자 의학박사로, 데이터와 세심한 관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사람이에요. 몬테소리 교육 방식 중 연구로 입증된 부분이 많지만, 아직 입증되지 않은 부분도 대부분 믿을 만하다고 제가 판단하는 이유가 이거예요. 이성적인 관찰자이면서 열정적인 교육자여서, 처음에는 직접 교실을 운영하고 나중에는 전 세계 몬테소리 교실을 다니며 아이들을 가까이서 관찰했어요. 아이들이 어떤 시기에 어떤 요소에 흥미를 갖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커리큘럼과 환경 구성, 교구 제작에 반영했죠.
예를 들어 '질서에 민감해지는 시기'라는 게 있어요. 몬테소리에 따르면 아이들은 만 2세에 질서에 대한 민감도가 정점을 찍어요. 몬테소리는 질서에 한창 민감한 시기의 한 아이가, 늘 모자를 쓰던 사람이 갑자기 모자를 쓰지 않으면 신경질을 낸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런 경험들을 통해 아이들은 뭔가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는, 예측할 수 있는 반복적인 패턴을 선호한다고 결론지었어요.
영어에 terrible twos라는 말이 있죠. 두 살 무렵 아이들이 특히 다루기 어려워지고 떼를 많이 쓰는 현상이에요. 몬테소리는 이때의 떼쓰기가 많은 경우 어른이 아이의 질서에 대한 욕구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다고 봤어요. 매일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갑자기 엄마가 데려다주면 짜증을 내는 경우, 부모는 "아이가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나" 하고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사실 아이는 늘 반복되는 패턴, 즉 질서에 어긋나는 걸 싫어해서 짜증을 내는 거예요. 아이가 무언가를 일렬로 늘어놓거나, 크기순으로 늘어놓거나, 같은 것끼리 분류하는 모습을 보신 적 있으세요? 이런 행동도 질서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질서에 대한 민감성은 정확한 위치에 무언가를 놓거나 복잡한 단계를 매번 똑같이 밟는 정확함에 대한 흥미로 이어져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몬테소리의 일상생활 활동을 비롯한 여러 활동이 정확함을 추구하도록 디자인된 거예요.
흥미를 끄는 교구, 흥미를 살리는 어른
교구도 흥미를 유발하도록 만들어졌어요. 몬테소리 교구는 몬테소리 박사가 직접 고안한 것들로, 자기 교실에서 실제로 적용해 보며 아이들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개선하거나,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탈락시켰다고 해요. 예를 들어 몬테소리 교구는 하나의 교구가 한 가지 기능만 하도록 되어 있어서 일반 장난감에 비해 아주 심플해요. 이 교구는 동전 칩을 넣는 기능만 있고, 저 교구는 원기둥을 넣도록 되어 있죠. 여기서는 뭐가 열리고, 여기서는 소리가 나고, 여기는 동물이 그려져 있는 식의 장난감은 어린아이가 뭐에 집중해야 할지 헷갈려서 오히려 금방 흥미를 잃는다고 해요. 비싼 몬테소리 교구 말고 어떤 장난감을 사 줄지 고민된다면, 몬테소리 교구와 조작 방식이 비슷하면서 너무 다양하거나 화려한 기능이 없는 심플한 장난감 위주로 고르면 기본은 먹고 들어가요.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해요. 선생님이든 엄마표라면 부모든, 아이를 잘 관찰해서 발달 단계상 흥미를 느낄 만한 타이밍에 적절한 활동을 제시해 주고, 선반에 나와 있는 도구는 너무 많지 않게 하되 적당히 로테이션하고,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방식으로 잘 배치해야 해요.
집에서 장난감으로 놀아 줄 때 아이가 흥미를 잘 못 느끼고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신 분이 많아요. 몬테소리 육아를 하면 몬테소리 박사가 평생 수많은 아이들을 관찰하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의 흥미를 최대한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놀아 주면서 교육도 되고, 아이가 주도하기 때문에 부모가 힘을 크게 빼지 않아도 돼요. 몬테소리 육아에 대한 해외 경험담을 들여다보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도 장기적으로는 아이를 참 편하게 키울 수 있게 되는 방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사실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다미가 두 살, 세 살이 돼도 지금처럼 열심히 놀아 줘야 하나, 어떻게 잘 놀아 줘야 하나, 지금처럼 TV나 전자 장난감 없이 계속 자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몬테소리를 알고 나서는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조금 생겼어요.
정리해 보면
- 많은 단계를 정확하게 밟는 일상생활 활동이 집중하는 능력을 길러 줘요.
- 교구는 정해진 방식으로 다뤄야 배움의 효율이 살고, 방해 없는 작업 시간과 최소한의 개입이 집중을 지켜 줘요.
- 만 2세 전후 아이는 질서와 반복되는 패턴을 좋아해서, 패턴이 깨지면 떼를 쓰기도 해요.
- 장난감은 기능이 하나뿐인 심플한 것으로 고르고, 선반에는 너무 많이 두지 말고 로테이션하세요.
- 아이를 관찰해서 흥미를 느낄 타이밍에 활동을 제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