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1.12 · 19:27
두 돌 전에 어른들 대화를 하루 6시간 들어야 말이 튼다? 사실이 아닙니다
어린아이의 언어는 어른끼리의 대화를 듣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직접 건네는 말과 주고받는 상호작용으로 발달해요.
"두 돌 전에는 어른들끼리 대화하는 걸 하루 6시간 이상 들어야 언어가 발달한다." 베싸TV를 운영하면서 댓글로 여러 번 질문받은 주장이에요. 댓글과 육아 카페 글을 보니, 코로나로 아이와 집에서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부모님들이 답 없는 걱정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사실이 아니에요. 아이와 열심히 상호작용하고 말을 걸어 주는 대신 아이를 옆에 두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려 한다면, 오히려 언어 발달에 해로울 가능성이 더 높아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건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한 주제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아이들을 관찰하고 분석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이야기예요. 가볍게 다룰 주제가 아니라서 아동 언어·인지 발달 전문가인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최나야 교수님께도 의견을 여쭤 봤어요. 교수님의 말씀은 이랬어요. 어린 아기의 언어 발달에는 아기와의 직접 상호작용이 빠진 성인 간의 대화(간접 발화)보다, 아이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직접 발화가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베싸가 찾아본 언어 발달 전문가들의 자료에서도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나왔어요.
말이 늦은 아이들은 어른들 대화를 더 많이 듣고 있었어요
먼저 한국어로 직접 읽어 보실 수 있는 국내 논문이에요. 말이 늦은 아이들과 정상 발달 아이들의 일상에서 직접 발화의 빈도와 간접 발화의 빈도를 비교한 연구예요. 샘플은 그룹당 16명으로 적은 편이에요. 아이들이 일상에서 받는 언어 인풋을 녹음해 분석했더니, 말이 늦은 아이들은 직접 발화와 간접 발화의 빈도가 비슷했어요. 아이들이 하루 평균 12시간쯤 깨어 있으니 반으로 나누면 6시간은 직접 발화, 6시간은 간접 발화인 셈이죠. 그러니까 하루 6시간쯤 어른들 대화를 듣고 있는 아이는 오히려 말이 늦은 아이로 자랄 확률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어요. 반면 언어 발달 속도가 정상이었던 아이들의 언어 환경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빈도가 타인과의 대화를 듣는 빈도의 2배 이상이었어요.
이 논문의 선행연구 고찰 부분도 짚어 볼 만해요. 부모가 아이의 말과 행동에 집중하고 반응해 주는 상호작용을 잘해 줘야 언어가 많이 늦어지지 않을 수 있고, 이는 기존 학자들의 많은 연구로 이미 밝혀진 내용이라고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아이를 옆에 두고 타인과 대화하는 건 그렇게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겠죠.
해외 논문도 볼게요. 한 논문은 총 8개의 연구를 인용하면서 직접 발화가 언어 발달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어요. 소아과 쪽 저널에서는 2개월에서 48개월 사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어른과 아이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언어 발달에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고요. 아이가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단순히 듣기만 해서는 언어가 발달하지 않는다는 거죠. 반대로 간접 발화가 직접 발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언어 발달 전문가의 논문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어요.
왜 직접 건네는 말이어야 할까요
명망 있는 발달심리학자이자 아동 언어 습득 전문가인 로베르타 골린코프는 논문에서 직접 발화가 왜 중요한지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었어요.
첫째, 아이들은 집중력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해요. 아기들은 아직 스스로 원하는 곳에 집중을 돌리지 못해서 어른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해요. 부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봐 봐" 하고, 눈을 맞추고, 몸을 앞으로 빼면 아이는 '여기에 집중해야 하는구나, 엄마 말에 집중해야 하는구나' 하고 본능적으로 알게 돼요.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누가 자기한테 말을 걸면 본능적으로 집중하고, 본인이 대화에 참여하면 더 집중하죠. 아이가 뭔가 말하면 부모가 그 말을 다시 풀어서 들려주거나 조금 확장해 주는, 아이가 직접 참여해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아이는 언어 경험에 더 몰입하고 제대로 배울 수 있어요. 반면 타인 간의 대화는 아이 연령이나 주제, 언어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집중하기 더 어려워요. 아이 앞에서 어른들끼리 대화할 때 아이가 별로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거예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거나, 조금 큰 아이들은 부모 관심을 끌려고 애쓰거나 짜증을 내기도 하죠.
둘째, 타인 간의 대화를 듣는 건 어린아이에게 인지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과제예요. 아이 앞에서 엄마가 아빠한테 "나 물 마시고 싶어"라고 말했다고 해 볼게요. 어린아이들은 아직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능력이 부족한,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발달 단계에 있어요. 엄마가 지금 목이 마르고, 물을 달라는 목적으로 아빠에게 저런 말을 하는구나 하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조금 크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아이에게 직접 "너 목말라? 물 마시고 싶어?" 하고 건네는 말보다 훨씬 덜 효과적인 언어 자극이에요. 직접 건네는 말이라면 아기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 없이, 자기가 처한 상황과 흥미와 지금 느끼는 감정을 들리는 말소리와 그저 연결하기만 하면 되거든요.
셋째, 어른들끼리 하는 말과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은 성격이 상당히 달라요. 아이에게 하는 말은 아이가 지금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에 관한 내용일 때가 많고, 억양은 더 과장되고, 속도는 느리고, 문법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고, 제스처나 표정 같은 사회적 신호도 훨씬 풍부해요. 부모가 배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게 되어 있죠. 특히 사회적 신호는 어린아이가 말의 의미를 파악할 때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힌트예요. 골린코프 교수는 대화에 직접 관여해서 이런 사회적 신호를 민감하게 포착하지 않으면, 특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닌 맥락 없는 대화에서 의미를 이해하는 건 어린아이에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요.
영상 시청과 영상통화도 같은 맥락이에요
많은 연구가 어린아이는 영상에서 언어를 배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반복해서 보고하고 있어요. 반면 아이가 어느 정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영상통화로는 언어를 어느 정도 배울 수 있다고 보고하고요. 수동적으로 듣기만 해서는 언어가 발달하지 않고, 오고 가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발달한다는 거예요. 다만 영상통화도 현실 대화보다는 언어 습득 효율이 조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상대방의 사회적 신호가 덜 명확하게 보이고, 카메라 위치 때문에 눈맞춤이 완벽하게 되지 않고, 소리도 덜 또렷한 여러 한계 때문이겠죠.
성인 간의 대화를 들어야 하는 이유로 "대화의 주고받는 개념을 배울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되고 있었는데, 솔직히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였어요.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양육자가 자기 옹알이에 "응, 그랬어?" 하고 반응해 줄 때부터 주고받기, 핑퐁의 개념을 익혀요. 남들이 대화하는 걸 볼 필요는 없죠. 그것도 하루에 6시간씩이나요.
어른들 대화가 의미 있어지는 건 언제부터일까
그러면 아이들은 항상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에서만 말을 배울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더 어릴 때는 주로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으로 말을 가장 잘 배우고, 나이가 들수록 타인 간의 대화에서도 의미 있는 말소리와 개념의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점점 생겨요. 이조차 대화의 성격이나 주제, 환경에 따라 달라지니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언제부터 타인 간 대화를 듣는 게 언어 발달에 의미 있어지는지 조사해 봤어요.
한 박사 학위 논문은 12개월까지는 간접 발화를 듣는 것이 어휘 습득에 아무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렸어요. 다른 논문은 적어도 30개월 정도까지는 일상 속 간접 발화가 어휘 습득에 아무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요. 이 연구는 아이가 집에서 어른 한 명과 주로 지내는 경우와 여러 어른과 함께 사는 경우를 비교했는데, 어느 쪽이든 아이가 경험하는 직접 발화의 양은 별 차이가 없었어요. 어른이 여러 명인 집에서는 주 양육자의 직접 발화가 약간 줄고, 나머지 어른들이 건네는 직접 발화가 그 차이를 채우고 있었죠. 대신 어른이 여러 명인 집에서는 타인 간의 대화를 들을 기회가 추가로 생기는데, 30개월 아이 기준으로 이 대화는 어휘 습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두 그룹의 어휘 수준은 비슷했거든요.
두 논문 모두 어휘만 측정하고 문법까지 측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어휘는 못 배워도 문장 구조나 문법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어떤 언어 노출에서 어휘는 습득하지 못하면서 문법 지식만 습득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아이들은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처럼 문법 따로 어휘 따로 받아들여 조합하는 게 아니라, 어휘와 문법이 합쳐진 언어를 통째로 습득하거든요. 여러 연구는 문법 지식 역시 타인 간의 대화보다, 주 양육자가 아이의 언어 발달 수준에 맞춰 자연스럽게 조금씩 더 복잡한 언어를 구사하게 되는 것이 촉진한다고 말하고 있었어요. 최나야 교수님도 같은 말씀을 해 주셨고요.
책 읽어 주기도 짚고 갈게요. 어린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언어 발달에 좋다는 건 수많은 연구로 이미 입증됐고, 영국에서 시작한 북스타트 프로그램처럼 여러 선진국과 한국에서도 부모가 영유아에게 책 읽어 주는 것을 알리는 데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어요. 다만 읽어 줄 때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집중하고 상호작용이 오가는 사회적 요소가 잘 살아나도록 읽어 주는 게 중요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죠. 어쨌든 대가족 환경에서 보통 이루어지는 어른 간 대화 수준의 언어 노출은 30개월까지는 언어 발달에 별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부모가 건네는 말이 격차를 만들어요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말을 걸어 주는 것의 중요성은 안 그래도 한국에서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엄마, 아빠"를 언제 하고 몇 개월에 단어를 몇 개 말하는지 때문에 좋은 언어 환경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에요. 골린코프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유치원생만 되어도 아이들의 언어 수준에는 상당한 격차가 나타나고, 이 격차가 초등학생이 되어 모든 과목의 학업 성취도를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언어 능력이 일찍부터 뛰어난 아이들은 자기조절 능력도 더 뛰어나고, 사회적 성공의 큰 자산이 되는 실행기능도 더 잘 발달한다고 해요.
아동 발달 분야에서 유명한 한 연구에서는 만 4세까지 가장 좋은 언어 환경의 아이들이 가장 나쁜 언어 환경의 아이들보다 총 3천만 개 이상의 단어를 더 듣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 부모한테 듣는 언어의 양이 다르다는 이야기예요. '3천만 단어 격차'라고 불리는, 계층 간 능력 차이가 영유아기부터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결론으로 유명한 연구죠. 이 언어 격차는 다른 여러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시간이 갈수록 좁히기 힘든 격차로 작용할 수 있어요.
가정에서 아이의 언어 발달을 촉진하는 건 돈이 드는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부모가 큰 원칙과 방향을 제대로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하죠. 일상 속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말을 건네며 충분히 상호작용하는 것이 언어 발달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것만 기억하면 돼요. 아이가 경험하는 것들을 말로 많이 표현해 주면 되니까 일상과 동떨어진 일도 아니고요. 아이에게 하루 종일 말을 들려준다고 타인과의 대화를 아예 끊을 필요는 물론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잘못된 지식 때문에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이에게 주어야 할 관심과 집중과 언어를 일부러 타인에게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해요.
이건 언어에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에요. 아이가 하루에 6시간이나 어른들 대화를 듣고 있어야 하는 환경은, 정서·사회 발달을 비롯한 모든 발달 영역에서 중요한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덜 해 주기 쉬운 환경이에요. 부모가 타인과 이야기하느라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거나 적절히 반응해 주지 못하는 빈도가 많아질 수 있으니까요.
이 '두 돌 전 성인 간 대화 6시간' 이야기는 한국에서 육아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도 들어 있고, 여러 유튜브 채널과 부모 대상 강의에서도 반복해서 전해지고 있어요. 반복해서 들은 메시지는 부모의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죠. 수많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장 뒤에는 명확한 근거와 무거운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님들이 느낄 죄책감도 중요한 문제고요. 언어 발달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한번 귀 기울여 들어 보고 틀린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을 필요는 있어 보여요.
정리해 보면
- 두 돌 전에 어른들 대화를 하루 6시간 들어야 언어가 발달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어요.
- 말이 늦은 아이들은 직접 발화와 간접 발화의 비율이 비슷했고, 정상 발달 아이들은 직접 발화가 2배 이상이었어요.
- 어린아이는 집중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자기에게 건네는 말에서 언어를 배워요.
- 적어도 30개월까지는 어른들 대화를 듣는 것이 어휘 습득에 효과가 없었어요.
- 아이가 경험하는 것을 일상에서 말로 많이 표현해 주고, 아이가 참여하는 주고받는 대화를 늘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