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싸TV 영상 · 2022.01 · 5:17
내가 더 이상 아기와 뭘 할까 고민하지 않는 이유
아이가 가장 즐거워하는 건 새 장난감이나 놀이 아이디어가 아니라 자기 놀이에 반응해 주는 어른이에요.
집에서 아이와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종종 듣게 돼요. 아이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부모가 하는 고민이죠. 그래서 집 안을 장난감으로 가득 채워 키즈카페처럼 만들기도 하고, 비싼 놀이 기구를 들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목이 터져라 그림책만 읽어 주게 되기도 해요.
베싸는 왜 이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을까
이런 질문을 받고 제 경험을 돌아봤어요. 나는 다미와 잘 놀아 주는 능력을 원래부터 갖추고 있었나? 잘 놀아 준다는 건 뭐지? 왜 나는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별로 고민해 본 적이 없을까? 그러다 최근 다시 읽게 된 책에서 아주 좋은 답을 찾았어요. 김정미 박사의 책인데, 반응육아를 실천하는 지침으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에요. 다시 읽으니 공감 가는 대목이 많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창의적이라거나 아이디어가 넘치는 유형의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오늘 아이와 뭘 하지', '아이에게 뭘 해 줘야 하지' 하는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어요. 다미가 아침에 눈을 뜨고 거실로 걸어 나오면 자기가 원하는 대상을 탐색하고 자기 마음대로 놀이를 시작해요. 저는 그 옆에서 다미가 주도하는 대로 따라가 주고,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보조해 줄 뿐이죠. 그래도 다미가 심심해한다거나 별로 즐거워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아이에게 정말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야 해요
아이에게 뭔가 재미있는 걸 해 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고 있죠. 하지만 아이에게 정말로 가장 재미있고 즐거운 게 뭔지는 부모가 잘 알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부모는 '내가 아이를 재미있게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아이에게는 가장 좋은 게 아닐 수도 있거든요.
한 지인의 집에 갔다가 좀 놀란 적이 있어요. 일단 장난감이 참 많았고, 아이가 놀랍게도 혼자서 아주 잘 놀더라고요. '이 아이는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구나, 다미는 집에서 내가 계속 놀아 줘야 하는데' 하고 살짝 부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했더니 지인은 자기가 놀아 주려고 해도 아이가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고 따라 주지도 않아서, 열심히 놀아 줄 동기가 잘 안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놀고 있는 아이 옆에 가서 조금 열심히 반응을 해 주니까, 얼마 안 가서 그 아이가 저와 노는 걸 아주 좋아하고 계속 저랑 놀려고 했어요. 역시 어린아이들은 어른과 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지인과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직접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부모가 준비해 놓은 대로 놀게 하거나 부모가 주도하는 식으로, 아이의 주도성과 부모의 반응성이 낮은 놀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아이들은 반응해 주는 어른과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이가 부모와의 놀이를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는 것 같다면, 부모의 반응 수준이 낮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놀잇감보다 부모의 반응성
아이는 자신에게 반응해 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어른만 있다면 거창한 놀잇감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놀 수 있어요. 소근육 발달을 돕거나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적당히 지적으로 자극이 되는 놀잇감이 있다면 물론 발달에 도움이 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놀아 주는 부모의 반응성이에요. 충분히 반응해 주는 어른이 옆에 있으면 아이는 주도적으로 세상을 탐색하고 조작하고 놀면서 부모와 충분히 상호작용하게 되고, 그 속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발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와 뭘 하고 놀지 고민된다면 놀이 콘텐츠가 아니라 내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시라고요.
- 나는 아이에게 자꾸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고, 이끌려고만 하지 않나?
-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것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놀 수 있도록 적절히 지원하고 반응해 주고 있나?
- 아이와 상호작용한다는 것, 아이에게 반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나?
당시 지인에게 보내 준 논문 두 편도 같은 이야기를 해요.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와 아이가 놀이하는 동안 상호작용 수준이 높고 그 시간이 길수록 아이의 뇌 발달과 인지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들이에요. 부모와의 상호작용과 반응성 이야기는 제가 늘 하니까 조금 지겨우실 수도 있지만, 오늘도 '역시 중요한 거구나' 하고 한 번 더 새겨 보셨으면 해요. 아는 것이 육아 신념을 바꾸고, 그 신념이 육아 행동을 바꾼다는 믿음을 가져 보시면서요.
정리해 보면
- 아이는 반응해 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어른만 있으면 거창한 놀잇감 없이도 잘 놀아요.
- 아이가 부모와의 놀이를 재미없어한다면 부모의 반응 수준이 낮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를 따라가며 필요한 만큼만 보조해 주세요.
- 뭘 하고 놀지 고민되면 놀이 콘텐츠가 아니라 내 태도를 먼저 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