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교육, 잘 시킬 자신 있으신가요. 아이들의 성적 차이, 그러니까 교육 격차가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생기고 한번 벌어진 격차는 갈수록 좁히기 어려워진다는 연구가 많아요. 세 살이면 이미 의미 있는 격차가 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만 7세에는 꽤 크게 벌어져 있다고 하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로서 조급해질 때가 있어요. 벌써 교육을 고민해야 하나, 뒤처지면 어쩌나, 나는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 부모일까.

조급함이 아니라 방향을 아는 것

저는 어릴 때부터 아이 교육에 관심을 두고 미리 대비하는 게 나쁘다고 보지 않아요. 조급함이란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중요하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만 앞서는 거거든요. 중요하다는 걸 알고 방향까지 알게 되면 그건 조급함이 아니라 '일찍 알길 잘했다'는 마음으로 이어져요.

일찍부터 방향을 잘 잡아 두면 나중에 아이를 잘못 몰아붙이거나 쓸데없는 비용을 쓰지 않아도 돼요. 아이가 알아서 공부를 잘하면 누가 아이를 몰아붙이고 사교육에 큰돈을 내고 싶겠어요. 아이가 학업을 어렵지 않게 만나고 그 안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토대를 영유아기에 잘 다져 놓으면 학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0대에 부모의 삶은 훨씬 편해질 거예요. 아이도 부모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성취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고요.

그러면 어릴 때 부모가 어디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저는 그 핵심 키워드가 주의력 발달이라고 봐요. 주의력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주의를 조절하는 능력을 뜻하는 꽤 넓은 개념이고, 계속해서 발달하는 능력이에요. 그래서 다섯 달 넘게 주의력 시리즈를 이어 오고 있죠. 앞선 글까지는 부모의 어떤 육아 태도가 일상 속에서 주의력 발달을 돕는지 이야기했고, 이제부터는 아이와 어떤 활동으로 시간을 채우면 좋을지를 다뤄 볼게요. 가장 먼저, 그리고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화입니다.

말이 느린 게 꼭 부모 탓은 아니에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는 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본능적으로 말을 걸고, 따로 강의를 듣지 않아도 아이 수준에 맞게 언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부모예요. 그 결과 옹알이밖에 못 하던 아이가 4~5년만 지나면 유창하게 대화를 하게 되죠. 요즘 다미는 눈이 왜 오는지 같은 걸 묻고, 제 설명을 듣고 다시 되묻는 대화를 곧잘 해요.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어요. 같은 나이라도 더 유창한 아이가 있고 덜 유창한 아이가 있죠. 부모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말, 즉 언어 인풋의 양과 질이 언어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없이 들어 보셨을 거예요. 너무 많은 연구로 입증된 내용이라 맞고 틀리고를 따질 것도 없어요.

그런데 '무엇이 무엇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염두에 둘 게 있어요.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거예요. 크게 성공한 사장님이 있으면 보통 능력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추리하죠. 능력이 좋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참이에요. 하지만 성공했다면 능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뒤집으면 꼭 참은 아니에요. 운이 좋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잘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언어 발달도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양질의 언어를 들려주면 아이가 유창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렇다고 말이 느린 아이라면 부모에게서 질 낮은 언어를 들었을 거라고 예측할 수는 없어요. 언어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여러 가지거든요. 환경의 중요성에 가려져 있지만 큰 요인 중 하나가 기질이에요.

언어 발달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기질

첫째는 외향성이에요. 외향적인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얻는 만족감이 커서 남의 말을 듣고 또 말하려는 동기 자체가 높아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연습하게 되죠. 어른도 말하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더 많이 말을 걸게 되고요. 반대로 혼자 사부작사부작 잘 놀거나 말을 걸어도 큰 반응이 없는 아이를 키운다면 하루 중 말을 거는 빈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양육자는 육아 말고도 할 일이 많고 힘들기도 하잖아요. 한 연구에서는 만 2세 때 외향성이 높았던 아이들이 만 3세 때 수용 어휘와 표현 어휘가 더 많았고 7세 때 언어 이해도도 더 높았다고 해요.

둘째는 의도적 통제라고 불리는 영역이에요. 돌 무렵 아이들 사이에도 하나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에 상당한 개인차가 있는데, 이게 선천적인 주의력의 차이예요. 주의력은 언어를 포함한 모든 학습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요. 부모가 똑같은 말을 해 줘도 청각적 주의력이 좋은 아이는 그 말을 흡수하고 말이 가리키는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연관관계를 쉽게 배워요. 주의력이 약한 아이에게는 그 말이 고막을 때리고 지나가는 소리에 그칠 수도 있죠. 다른 발달은 괜찮은데 언어만 유독 늦는 아이들은 통계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고, ADHD 아이들의 언어 이해력과 구사력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한 연구에서는 언어 발달이 시각 주의력과는 관계가 별로 없었지만 청각 주의력과는 상당한 관계가 있었다고 보고했어요.

그러니까 아이가 말이 느리다고 해서 부모가 수다쟁이가 아닌가 보다, 뭘 잘못했나 보다 하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어요. 기질적으로 외향성이 낮아 소통 동기가 부족하거나 선천적으로 주의력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거든요. 기질적 개인차를 무시하고 뭐든 부모 탓으로 돌리면서 느린 언어 발달을 부모의 부끄러운 성적표처럼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저는 안타까워요.

그러면 외향성이 낮거나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는 앞으로도 계속 언어적으로, 학업적으로 불리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기질을 결정하는 건 일차적으로 유전자지만, 요즘 주목받는 후성유전학은 유전자가 고정된 게 아니라 환경과 경험에 따라 특정 유전자가 켜지기도 꺼지기도 한다는 근거를 내놓고 있어요. 특히 임신기를 포함한 생애 초기에 어떤 환경을 꾸준히 제공하느냐에 따라 타고난 기질이나 주의력도 본질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거죠.

대화가 주의력을 훈련시켜요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의 주의력을 키우면서 언어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답은 대화예요. 주의력이 언어 습득에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그 반대 관계도 있거든요. 언어 활동이 주의력에 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그중에서도 부모와 아이가 핑퐁 하듯 주고받는 대화(conversational turn-taking)가 아이에게 상당한 주의력 훈련의 기회가 된다는 연구가 꽤 있어요.

한 연구에서는 만 2세 때 부모와 특정 대상을 두고 주고받는 대화를 유창하게 많이 한 아이일수록 4.5세 때 주의 지속력이 좋고 언어적 작업기억력이 좋았으며 자기조절력도 좋았다고 해요. 작업기억력은 학업에 아주 중요한 주의력 중 하나이고 지능 검사의 핵심 요소이기도 해요. 웩슬러 지능 검사를 받아 보신 분이라면 익숙하실 거예요. 특히 독해와 수학의 핵심이 되는 지능 요소로 알려져 있죠. 언어적 작업기억력은 언어 정보를 마음속에 담아 두고 그 정보를 가지고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토끼, 새, 강아지, 말을 거꾸로 말해 보세요"라고 하면 순서를 기억해 두고 말, 강아지, 새, 토끼 하고 하나씩 거꾸로 꺼내야 하잖아요. 이걸 잘하면 작업기억력이 좋은 거예요.

이 연구의 저자들은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를 하면서 주의력을 훈련할 기회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어른은 주의력이 좋고 대화 경험이 많아서 잘 못 느끼지만, 대화에는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참는 충동 억제가 필요해요. 주제가 바뀌면 바뀐 주제로 주의를 옮기는 인지적 유연성도 필요하고요. 지금 주제와 상대의 의도를 마음에 담아 두고 그걸 바탕으로 말을 꺼내야 하니 작업기억력도 필요하죠. 언제 말하면 좋을지 타이밍을 잡으려면 상대의 말이 끝나 가는구나 예측해서 내 말을 미리 준비하는 고급 인지 능력까지 필요해요. 그래서 주의 조절이 서툰 어린아이와는 대화가 길게 이어지기 어렵고, 말을 끊거나 맥락에 안 맞는 말이 나오기도 하죠. 그런 부분들이 부모와의 수많은 대화 경험으로 조금씩 훈련되는 거예요.

또 다른 연구에서는 2세 때 말이 느린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와 더 풍부하게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기법을 가르쳤어요. 아이들이 4세가 됐을 때 재 보니 교육받은 부모의 아이들이 언어 능력은 물론 작업기억력도 더 좋았어요. 이 교육에서 가르친 기법은 이런 것들이었어요. 부모가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 아이의 대답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던지고 기다리기, 핑퐁이 일어나도록 격려하기, 아이 수준에 맞게 쉬운 말로 말하기, 제스처를 풍부하게 쓰기. 특히 책을 읽을 때 텍스트만 읽어 주기보다 아이의 소통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질문을 던지고 아이의 말을 따라 하거나 확장하거나 바르게 되돌려 주는 대화식 책읽기를 많이 다뤘어요. 4~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와 아이 사이에 더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게 하는 교육을 한 연구도 있는데, 언어와 작업기억력을 포함한 실행기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고 실행기능·언어와 관련된 좌측 측두엽 피질이 더 두꺼워졌다는 보고도 있었어요.

베싸네 집에서는

교육적인 면에서 어떤 부분을 많이 신경 쓰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놀이나 책읽기 등 신경 쓰는 게 여럿 있지만 핵심을 들여다보면 대화예요. 놀이를 하면서도 아이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아이의 말에 맥락을 이어 가며 풍부하게 대화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요. 책을 읽을 때도 일방적으로 읽어 주기보다 상황이나 등장인물, 연관된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하고요.

다미와 대중교통으로 등하원을 하거나 차로 오래 이동할 때도 그래요. 대화의 의미를 몰랐다면 그 시간이 버려지는 시간, 아까운 시간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움직일 수 없다 보니 오히려 대화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상적인 시간도 가치 있는 시간이 돼요.

대화는 아이가 말을 못 하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할 수 있어요.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고 아이의 행동이나 옹알이에 화답하듯 반응해 주는 것도 기초적인 대화예요. 같은 장난감을 보면서 말해 주고 아이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대화고요.

내가 아이 교육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자식 교육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신다면 아이와 나의 대화의 빈도와 수준이 어떤지 점검해 보세요. 아이가 유치원생쯤 됐는데도 일상적이고 반복되는 지시 위주의 말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양한 주제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아이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부모의 말을 듣고 적절히 반응하는지요.

한국에서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학교에서는 아직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듣는 방식의 수업이 더 많으니까요. 대화와 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유대인 교육법 하브루타에 많은 교육자가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우리 교육에서 빠져 있는 대화라는 측면 때문이 아닐까 해요. 아이와 당장 대화를 더 잘해 보자는 목표와 함께, 사교육 기관을 고를 때도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신다면 좋은 방향을 잡아 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정리해 보면

  • 교육 격차는 어릴 때 시작되지만, 방향을 알면 조급함이 아니라 준비가 돼요.
  • 말이 느린 데는 외향성과 주의력 같은 기질도 작용하니 섣불리 부모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 주의력이 언어를 키우고, 반대로 주고받는 대화가 주의력과 작업기억력을 키워요.
  • 질문하고 기다리고, 아이의 말을 확장해 되돌려 주는 핑퐁 대화를 늘리세요.
  • 옹알이에 화답하는 것부터 등하원길 수다까지, 일상의 대화가 곧 교육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