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놀이 공간을 이번에 나름 대대적으로 개편했어요. 마음대로 바꾼 게 아니라 더 좋은 놀이 환경을 만들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며칠 안 됐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상태예요. 어떤 이유로 어떻게 바꿨는지 비포와 애프터를 보여 드릴게요.

놀이방이 있는데 아이가 들어가지 않았어요

지금 집에는 작년 10월에 이사 와서 1년 가까이 살고 있어요. 그 전 집은 더 넓은 30평대라 놀이 공간이 둘로 나뉘어 있었어요. 책장과 잡다한 장난감이 있는 다미의 놀이방이 하나, 그리고 교구장이라 할 수 있는 메인 놀이 선반은 거실에 두어서 방에서도 거실에서도 놀았죠. 당시 거실 선반에는 주로 몬테소리식 활동 재료와 닫힌 장난감을 넣어 두었고요. 놀이 공간을 여러 군데로 나누는 게 좋은지 한곳에 몰아 두는 게 좋은지는 정답이 없어요.

그런데 이사 온 집은 거실이 굉장히 좁아서 놀이 선반을 거실에 둘 수가 없었고, 한 방에 다 몰아넣은 놀이방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냈는데 문제가 있었어요. 다미가 그 놀이방에 자주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였죠.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은 해외 놀이 전문가는 이렇게 말해요. 가장 좋은 놀이 공간은 예쁜 공간도 깔끔한 공간도 아니고, 아이들이 많이 노는 공간이라고요. 그 기준으로 보면 다미의 놀이 공간은 베스트가 아니었던 거예요. 왜 방보다 거실에 자꾸 있게 될까 생각해 봤는데, 일단 제가 거기 들어가는 게 그리 즐겁고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열린 놀잇감, 책장, 옷장, 잡다한 장난감, 미술 놀이까지 다 모여 있어서 놀잇감으로 꽉 찬 복작복작한 공간이 저한테 편하지 않았고, 그래서 제가 자연스럽게 거실에 머물렀고, 그래서 다미도 거실에 머물렀던 거예요.

거실을 놀이에 양보하기로 했어요

거실이 좁고 큰 테이블과 큰 소파가 있어서 놀이방의 물건 일부를 밖으로 빼낼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방보다 거실에 놀이 공간을 구성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거실의 다이닝 테이블은 주방에 넣을 공간이 없어 할 수 없이 방으로 넣고, 방에 있던 것 대부분을 거실로 빼서 메인 놀이 공간을 만들었어요.

거실에 놀이 공간을 만드는 게 싫은 분도 계실 거예요. 아이 없는 집처럼 깔끔하고 알록달록한 게 없는 상태로 살고 싶을 수도 있고요. 꼭 거실에 하지 않으셔도 돼요. 집마다 가정 환경의 우선순위는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저희는 다미가 초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놀이를 최대한 잘할 수 있게 하는 걸 우선순위 중 하나로 두기로 합의했고, 그래서 거실을 다미의 놀이에 양보했어요. 다 선택의 영역이에요.

원래 장난감을 전부 놀이방에 넣었던 건 알록달록한 건 방에 넣고 거실은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다는 엄마 아빠의 니즈였죠. 이번에 집의 중심인 거실을 열린 개방형 놀이 공간으로 바꿨어요. 벽지도 셀프로 새로 발랐는데요, 저희가 워낙 허용적이라 낙서를 허용한 건 아니고요. 다미가 클레이를 벽에 붙여 놓은 걸 안 떼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다 녹아서 떼도 자국이 남더라고요. 어차피 도배해야겠다 싶어 마음껏 낙서하라고 했고, 놀이 공간을 바꾸면서 도배까지 했어요.

놀이 선반: 열린 놀잇감 위주로

가장 궁금해하실 놀이 선반이에요. 예전 집부터 계속 쓰던 2단 선반인데 원래 두 개를 나란히 놓았지만 지금은 그 공간이 안 나와서 집에 있던 다른 선반을 합쳐 두 개로 구성했어요. 다미가 세 돌 전에는 몬테소리 활동 재료와 닫힌 장난감을 많이 썼는데, 지금은 열린 놀잇감 위주예요. 몬테소리는 다미가 몬테소리 유치원에 다니기도 하고, 집에서는 러닝타워로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저와 빨래를 개는 등 일상생활 위주로 하고 있어요.

선반에는 블록 종류가 많아요. 자석 타일, 유닛 블록, 다미가 6개월쯤부터 지금까지 잘 갖고 노는 가이드크래프트 블록, 그리고 무지개 다리 같은 그림스 스타일의 열린 놀잇감이 있어요. 아래 칸의 레인보우로는 간단한 놀이 초대를 만들어 두었어요. 놀이 초대란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방식으로, 열린 놀잇감을 이렇게 다양하게 쓸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어른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세팅해 두는 거예요. 아이는 거기 다가가서 어떻게 놀면 좋을지 영감을 얻고 주도적으로 몰입하게 되죠.

원래 있던 책장에서도 네 칸을 빼서 놀이 선반으로 써요. 보드게임, 열린 놀잇감, 다미가 좋아하는 퍼피 구조대 강아지들. 카테고리를 정하기 애매한 장난감도 많은데, 피아노나 실로폰 같은 악기, 그리고 다미가 가장 잘 갖고 노는 상상놀이용 일상 소품들이에요. 핸드폰 살 때 받아 온 가짜 핸드폰을 굉장히 애용하고요. 아래 칸에는 통과 집게, 다미가 모아 놓은 동전이나 돌 같은 파츠가 있는데 하나씩 통에 넣고 약이라고 하며 놀아요. 그 옆에는 열린 놀이에 보조로 쓰는 나무 루즈 파츠와 인형, 스몰 월드 플레이에 쓰는 돌·조개·나무 같은 소품, 그리고 다미가 2년째 흥미를 이어 가고 있는 병원놀이 장난감이 있어요.

거실 놀이의 메인은 블록 놀이라 매트를 깔았어요. 무너지면 바닥이 상하고 무엇보다 아래층에 소음으로 민폐를 끼치니까요. 원래 PVC 매트를 썼는데 너무 푹신해서 구조물이 기울어져 자꾸 넘어지더라고요. 얼마 전 더 단단한 TPU 소재 퍼즐 매트로 바꿨더니 잘 쓰고 있어요.

미술 영역을 만들었더니 스스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소파 옆은 미술 영역이에요. 사실 얼마 전까지 저희 집에 미술 영역이 없었어요. 집이 넓지 않아 공간이 부족하다고 여겼고, 놀이방 바닥에 널브러진 스케치북을 꺼내서 그리곤 했죠. 그런데 미술 영역이 생기고 나니 확실히 다미가 훨씬 주도적으로 미술 도구를 꺼내 그리더라고요.

미술 놀이는 중요한 놀이 영역이에요. 아이들은 아직 글을 써서 자기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없잖아요. 비고츠키 이론에 따르면 미술은 아이가 글을 쓸 수 있게 되기 전에 자기 아이디어와 사고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예요. 글을 쓰면서 사고가 확장되듯 그림으로 표현하면서도 사고가 확장되고, 다양한 확산적 사고의 기반이 되죠. 독립적인 놀이 면에서도 의미가 커요. 다미가 밤에 혼자 상당한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며 보내는 걸 볼 수 있거든요.

테이블은 상판이 들리는 플레이 테이블이에요. 안에 미술 도구를 넣을 수도 있고, 저희는 주로 아래에 모래나 물을 담아 스몰 월드 플레이를 할 때 쓰다가 요즘은 미술 테이블로 많이 써요. 상판을 뒤집으면 화이트보드가 나오는데 상판이 두 개라 하나는 세워 뒀어요. 바닥에 놓고 하는 미술 활동과 이젤처럼 세워서 하는 활동은 차이가 있거든요. 옆의 트롤리에는 마커, 사인펜, 야외용 분필, 물감놀이 때 쓰는 앞치마, 모양 펀치, 클레이, 색종이, 스티커, 풀, 가위, 폼폼이 있어서 다미가 원할 때 꺼내 써요.

미술 활동을 제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든 선반도 있어요. 위에는 종이가 있고, 아래는 완성한 작품을 모아 두는 곳이에요. 작품을 깨끗하게 보관해 두면 한 번씩 훑어보면서 자기 그림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아요. 뭘 그렸는지 설명해 달라고 하면 "하트에서 꽃이 피었어요. 핑크색 마법의 물방울을 먹고 꽃이 피는 거예요"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겨울왕국을 보고 그린 엘사의 성도 있고요. 그리는 활동 자체도 중요하지만 다 그린 뒤 뭘 표현하려 했는지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또 사고가 확장돼요. 표현하는 연습으로 미술 활동이 굉장히 좋아요.

정리해 보면

  • 가장 좋은 놀이 공간은 예쁘거나 깔끔한 공간이 아니라 아이가 많이 노는 공간이에요.
  • 부모가 머물기 편한 곳에 아이도 머물러요. 부모가 들어가기 싫은 놀이방은 아이도 안 써요.
  • 거실을 놀이에 내줄지는 각 가정의 우선순위에 달린 선택이에요.
  • 열린 놀잇감은 놀이 초대로 짧게 세팅해 두면 아이가 주도적으로 몰입해요.
  • 미술 영역을 따로 만들고 도구를 스스로 꺼내게 하세요. 작품을 모아 두고 이야기를 나누세요.